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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 여성 복식 대여소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대여소의 의복은 고증에 철저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과거’의 양장 스타일인 것은 맞지만 그 시대가 개화기가 아닌 일제강점기의 의복이라는 문제가 가장 빈번히 발생했다.

 

옷 길이의 측면에서, 개화기에는 바닥에 끌리는 길이의 치마를 입었으며 발등 위로 올라온 것은 1918년 이후 즈음부터이지만 대여소의 치마는 원피스와 스커트 모두 발목이 드러난다는 차이가 있었다.

 

전반적인 스타일의 측면에서 대여소에는 1910년대 이후에 유행한 하이네크라인의 옷이나 1920년대에 유행한 U자형 네크라인도 많이 보였다. 개화기 당시에는 스탠드 칼라 형태의 깃이 지배적인 옷 스타일이었기에, 대여소의 옷의 목선은 시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또한, 퍼프 소매가 유행했던 개화기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버슬 스타일 같은 인위적인 라인이 아닌 s자 실루엣의 옷이 대여되고 있다는 점은 고증에 맞다.

 

장식 사용의 측면에서는 그 종류에 따라 고증이 맞는 정도가 달랐지만, 대체적으로는 일제강점기에 유행한 장신구를 준비해놓은 경우가 많았다. 모자는 챙이 넓은 종류를 제대로 갖추기도 하였지만 다른 시기에 유행한 모자도 함께 있다는 문제가 있었고, 양산과 우산의 경우 개화기보다는 일제강점기에 더 많이 이용되었음에도 대여해주고 있었다. 장갑 역시 1920년대 이후부터 유행하였는데 대여소에 준비되어 있었다.

 

이러한 고증의 부정확함이 나타난 이유를 여럿 생각해볼 수 있겠다. 먼저 ‘개화기’라는 명칭 자체가 잘못 인식되곤 한다는 점이 있다. 비록 주류 이론은 개화기를 1876~1910년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일부 학자의 경우 일제강점기까지 개화기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혹은 개화기를 ‘개화가 일어난 시기 전반’ 정도로 불명확하게 생각하여 일제강점기까지 포함해버리기도 한다. 둘째로, 실제 개화기 여성 의복을 그대로 고증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당시 가장 유행했던 s자 실루엣을 위해서는 코르셋이 필요한데 이는 불편할 뿐만 아니라 요즈음의 페미니즘 담론과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리 고증에 맞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어 상업 활동을 해야 하는 대여업자로서는 해당 의복을 들여오는 것을 꺼릴 것이다. 코르셋 외에도, 퍼프 소매나 긴 기장의 치마보다는 딱 맞는 소매와 조금 짧은 치마가 활동하기 편하므로 고증에 맞지 않는 옷이 나타났다고 추론해볼 수 있다.

 

이렇듯 일제강점기의 의복을 개화기 의복이라고 대여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기에, 개화기 의복 대여소들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물론 의복을 대여하는 사람들은 ‘고증에 정확히 맞는 옷을 입으려는 목적’이라기보다는 그저 당시의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따라서 고증의 정확도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개화기라는 시대는 일제강점기와 바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가벼이 다룰 수 없다. 대여소들은 고궁이나 종묘 근처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기에, 일제강점기 의복을 입고 그 시대의 분위기를 즐기며 역사 유적지를 돌아다니는 상황을 초래할지 모른다. 그런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개화기 의복 대여소의 잘못된 고증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참고문헌

 

논문

김영희, 개화기 양복도입과 수용과정에 관한 연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1987.

나윤영, 한국 여성의 헤어스타일 변천에 관한 연구 : 1900년대부터 1990년대를 중심으로, 호남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01.

이정원, 아르누보 이미지의 드레스 디자인 연구 : 장식 디테일 사례를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8.

유수경, 韓國 女性洋裝變遷에 관한 硏究,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89.

유정이, 한국과 일본의 신여성복식 비교 연구 : 20세기 전반부를 중심으로, 홍익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7.

황지아, 개화기 한국복식의 변천 : 조선왕조 후기부터 1945년까지,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00.

 

단행본

유수경, 韓國女性洋裝變遷史, 서울: 일지사, 1991.


흠영 글은 각 페이지마다 참고문헌을 다는 형식을 썼고

개화기 복식 글은 마지막에 참고문헌을 몰아서 다는 형식을 썼는데

뭐가 더 보기 편한지 모르겠네요.. 

일단 앞으로 쓸 글들에선,, 마지막에 몰아서 쓰는 안을 채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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