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미셸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을 읽고 쓴 글. 대략 일주일 전 학교 수업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이것도 생각글 아카이브에 포함시킬만한 내용인듯 하여 옮겨와봅니다. 학기 다 끝나고 올릴까 하다가 걍.. 여기 올리는 건 자기표절에도 안 속할 듯 하여... 올려버리려고요^^
본래는 책 3권, '생각의 탄생',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 '젊음의 탄생, 대학 2.0시대'..에 대해 팀원마다 한 권씩 맡아서 쓴 글이었지만, 본 티스토리에는 제가 담당했던 '생각의 탄생'만 올립니다. 서론도 제가 쓴 거라서.. 서론도 같이..)
제가 고안해본 '생각의 물질화' 개념에 대한 글입니다. 과제용이라 본 게시판에 전에 썼던 오징어회의 오징어性 관련 글보다는 훨씬 평이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최대한 쓸데없는(?) 생각을 담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의 뻘소리를 정규 수업 시간에 발표할 수 있는 기회... 그것도 무려 200명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라는 심정으로 썼죠 ㅎㅎ
많관부
Ⅰ.서론
본 글에서는 로버트‧미셸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 마이클 겔브의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 이어령의 <젊음의 탄생, 대학 2.0 시대> 총 3권의 책을 통해 “현대 사회이기에 나타나는 ‘생각’의 특성들”을 탐구할 것이다. 해당 책들은 모두 사고의 방법론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당 책 3권 속 ‘생각’에 대한 논의는 언제나 범용적으로 적용 가능한 것일지, 혹시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현대 사회’라는 특정적 상황 속에서 일종의 변형 또는 재적용이 일어나거나 특이한 양상을 띠게 되지는 않을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생각이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고찰은 현대 사회의 숨 가쁜 변화를 의사결정에 누구보다도 빠르게 반영해야 하는 경영학의 입장에서도 중요하다고 판단되며, ‘왜 경영학도로서 철학을 탐구해야 하는가’와도 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라는 시대적 특성이 ‘생각’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기 위하여 ‘현대 사회의 기술’, ‘현대 사회의 미술’, 그리고 ‘현대 사회의 사상’이라는 세 가지 분야에서 드러나는 특성을 논의할 것이다. 현대 사회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영향을 찾는 것보다는 위와 같이 구체적으로 분야를 특정하여 살펴볼 때 보다 현대 사회의 특징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기술이라는 가장 물질적인 영역에서 출발하여 사상이라는 가장 추상적인 영역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라는 특성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사회 전반’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오는 포괄성의 부재를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 본 글은 현대 사회의 기술 분야에서의 ‘생각의 물질화’, 미술 분야에서의 ‘혁신적 사고’, 사상 분야에서의 ‘새로운 유형의 세대 갈등’을 살펴보며, 각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본 뒤 구체적 논의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제가 쓴 파트인 현대사회의 기술만 다룰 예정이죠. 그것이.... 저작권이니까☆)
Ⅱ. 본론
1. <생각의 탄생>에서 제시하는 생각의 기법
기껏 도서관 가서 빌려왔더니.. 집 책장에 떡하니 꽂혀있던 책
“누구나 생각한다. 그렇지만 누구나 똑같이 ‘잘’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루트번스타인, 20면)”
책 <생각의 탄생>은 어떻게 ‘잘’ 생각하는가, 즉 생각의 기법에 대해 논하며, 지식의 제반 분야를 통합하여 인간의 상상력을 확장하는 ‘전인성’을 충족하는 인간을 지향한다. 전인성의 달성을 위해 저자들은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 총 13가지의 창조적 사고의 도구들을 제시한다. 이 중 ‘형상화’는 이미지를 활용하는 시각적인 사고를 뜻하고, ‘감정이입’은 문제가 되는 대상의 관점에서 직접 생각해보는 것, ‘차원적 사고’는 2차원의 것을 3차원으로 또는 그 역으로 생각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위의 사고의 방법들이 현대 사회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적용될까. 사고의 13 기법은 ‘현대 사회의 기술’과 결합하며 ‘생각의 물질화’라는 새로운 양상을 가진다고 본다.
2. 현대 사회에서 생각의 특성으로서의 ‘생각의 물질화’
가. ‘가상→현실’의 경로 발생
사고의 13 기법이 ’생각의 물질화’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적용되는 현대 사회의 특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우선 13 기법을 가상과 현실 간 상호작용의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가 제시한 관찰, 형상화, 추상화 같은 위의 13가지 도구들은 모두 ‘생각’으로 귀결된다.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의 11가지는 대체로 현실에서 생각으로의 연결이라고 볼 수 있다. 남은 2가지인 변형과 통합은 생각 상호 간의 연결을 일컫는 개념이다. ‘모형 만들기’의 경우에는 모형을 직접 만들어 발상하는 방안이라서 생각에서 현실, 그리고 다시 생각으로 이어진다고 볼 여지가 존재하지만, 결과적인 방향성은 ‘생각’으로 귀결된다. 정리하자면 책에서 논하는 생각의 기법들은 ‘현실→생각’, ‘생각→생각’의 상호작용이며, ‘가상’을 보다 넓은 의미로 확장하면 ‘생각’도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것을 반영하면 ‘현실→가상’, ‘가상→가상’의 상호작용이라고도 치환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특성 중 ‘가상과 현실이 교차한다’라는 점으로 인해, 현대 사회에는 ‘가상→현실’의 경로가 추가된다. 이것은 제3의 경로라기보다는 앞서 말한 두 가지 경로 뒤에 이어지는 경로이다. 사고의 13 기법으로서 이루어진 ‘생각’을 이제는 기술이 발전으로 인하여 현실에 ‘물질화’하여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각의 물질화..를 처음 언급한 ppt 페이지
나. ‘생각의 물질화’의 구체적인 개념
그렇다면 ‘생각 자체의 구현’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자. 이는 ‘생각한 것을 실천한다’와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실천은 생각을 원천으로 하여 ‘파생된’ 행위의 결과물이 사람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표출하는 것이라면, ‘가상→현실’의 경로는 ‘생각 그 자체’가 물질화된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예컨대 ‘쿠키를 먹어야겠다’라고 생각한 뒤 먹기를 실천하는 것과, ‘쿠키를 먹어야겠다’라는 생각 자체를 어떤 방식으로든 실물로 구현하는 것은 다를 테다. 이때 구현의 방식은 생각의 주체가 되는 사람이 선택하는 바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앞서 비교한 ‘생각의 실천’과도 결과적으로 같게 나타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결과적 동일성이 그 행태 자체의 동일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존재의 정립은 1인칭의 나 자신이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생각 주체의 인식에 따라 ‘생각의 실천’인지 혹은 ‘생각의 물질화’인지, 그 성격이 정해진다.
생각 주체를 사람으로 설명하는데 그림은 고양이네... 착한 사람 눈에는 사람으로 보임
<생각의 탄생>에서 제시된 생각의 13 기법 중 ‘형상화’와의 차이 또한 명확히 밝히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생각을 시각적으로 확인 가능한 개념으로 만든다는 특성을 공유하므로 개념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형상화’와 ‘생각의 물질화’는 영역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생각’이라는 영역 내에서의 이미지화, 후자는 영역 간 이동으로 발생하는 이미지화이다. 기존에는 쉽게 영역을 이동할 수 없어 생각 내에서만 이미지화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나,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상대적 현실’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탄생하며 물질화가 더욱 수월해졌다. 후술할 메타버스 등이 그 영역의 사례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의 물질화’로서의 생각의 구현은 아직 불완전성을 띤다. 현대의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생각과 ‘완벽히 동일하게’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대적 현실’로 이동하는 ‘과정’이 따로 존재하고 그 도중에 왜곡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완전한 생각의 물질화는 현재로서는 다소 이상적인 개념으로만 존재한다. 다만 앞으로 더욱 기술이 발전하여 뇌에서 인식하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술이 발명되고 상용화된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테다.
또, 기존에는 생각의 물질화라고 부를 만한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는지가 의문으로 떠오를 수 있다. 예컨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도 일종의 ‘생각의 물질화’이지 않냐는 의문이다. 광의의 물질화로서는 옳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앞에서 ‘생각의 물질화가 불완전하다’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 있다. 도화지에 그림 그리기는 무척 제한적인 차원에서의 물질화이다. 일면적이고, 구현의 즉각성도 결여되는 측면이 있고, 주관이나 표현력에 제한받을 가능성도 크며, 왜곡의 정도가 크고 개인의 숙련도가 일정 이상 올라야 한다. 따라서 범용적이고 일상적이기에도 한계가 있다. 종합하자면, ‘어떤 시대의 특성’이라고 말할 정도의 위상을 지니지 못했다. 그러한 요소들을 극복해내고, ‘생각을 구현해내는 데에 시대적인 특성으로서 어떠한 양상이 나타났다’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한 일정 한계선의 달성은 적어도 현대 기술의 발전에 이르러서야 가능했다고 본다.
다. 기술적 사례 : 메타버스와 3D프린터
가상의 세계와 구현된 세계가 분리되지 않는 현대 사회에 대한 가장 직관적인 예시로는 메타버스와 3D프린터의 등장이 있다.
코트가 사고 싶어서 만든 제페토 아바타.. 결국 그저께 베이지색 코트를 샀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실제 세상과 비교하면 감각적 상호작용이 부족한 세계로서 가상이지만, 생각과 비교하면 눈에 보이는 실체로서 현실이다. 메타버스는 ‘상대적 현실’, 실제 세계는 ‘절대적 현실’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이렇듯 물질화의 측면에서 ‘상대적 현실’ 차원에 머무르지만, 기존에 ‘생각’, ‘상상’의 영역에만 머무르던 개념을 메타버스 기술을 통해 실현해낸다. ‘가상의 나’를 아바타로 꾸미는 것이 그 사례이다.
이때, 이러한 메타버스에서의 활동은 그저 앞서 언급했던 ‘생각의 실천’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문이 존재할 수도 있다. 이는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각자의 의도에 집중하여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메타버스에서 갈색 코트를 입어야겠다’라고 생각하여 갈색 코트를 아바타에 입힌다면 그것은 생각의 실천일 것이다. 반면 ‘갈색 코트를 입는다’라는 생각 자체를 구현하여 ‘갈색 코트를 입은 아바타’를 만듦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실체로 확인하는 것은 생각의 물질화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행태로 나타날지언정, 어떠한 의도와 의미를 부여했는지에 따라 ‘갈색 코트를 입은 아바타’라는 존재는 서로 다른 두 가지로서 정립된다.
아빠방에 있던 게코도마뱀 3D프린트물 스윽 가져와서 찍음
3D프린터는 생각을 말 그대로 물질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생각의 물질화’를 달성한다. 3D모델링 툴을 활용하여 생각을 동시적으로 ‘상대적 현실’인 화면 속 실체로 옮기고 3D프린터를 통해 이를 ‘절대적 현실’인 실물로 옮긴다. 사고의 13 기법 중 ‘모형 만들기’와 다른 점은, 3D프린터는 생각의 원천으로, 즉 인과관계에서의 원인으로 삼기 위한 실체화가 아니라 생각을 구현해내는 ‘결과론적인’ 실체화라는 점이다.
위의 메타버스와 3D프린터의 사례를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이제는 현대 사회의 기술에 힘입어 기존의 ‘감각-인지-이해’의 생각 과정이 ‘감각-인지-이해-물질화’의 과정으로 연장되었다. 다만 아직까지는 생각에서 상대적 현실을 거쳐야만 절대적 현실로 오는 양상이 보이는 등 불완전한 면이 잔존한다. 이러한 단계적 전이의 필수성과 같은 불완전성이 해소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는 기술적 발전에 달려있을 것이다.
3. 현대 사회에서의 ‘전인성’ 달성을 위한 통합교육
다방면으로 알아야 창의성도 길러지고 전문가도 될 수 있다,, 뭐 그런 느낌
<생각의 탄생>책 말미에서는 창조적 사고를 직조하여 통합적 이해를 달성하기 위한‘통합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한 우물만 파는 방식의‘전문가가 되기 위한 교육’이 아닌, ‘전인성’을 달성하는 박식한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한다면 이를 통해 결국 전문가도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요지이다.그렇다면 앞에서 논의한 사항을 바탕으로 볼 때,저자들이 지향하는‘전인적 인간상’은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생각이 물질화된 영역으로 확장되어 전개된다는 관점에서 전인성의 개념 자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다만 전인성을 획득하는 방법 측면에서‘현대 사회의 기술’이라는 요소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점차 중요해진다.기술의 영역에 능숙한 사람이 생각에도 능해지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즉 소위‘MZ세대’라는 말로 일컬어지는 현대 사회의 젊은 층은 전인적 인간상에 도달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세대라고 할 수 있으며,이 시대의‘통합교육’도 그에 맞춰 달라져야 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