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서유견문의 서양문물 소개 분석
1. 한성순보‧주보와 서유견문의 서양문물 소개 비교
한성순보와 주보의 국외 소식 기사는 대외정세에 대한 것과 근대문물에 대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서양문물’에 추상적 요인도 포함을 시키기로 서론에서 정의했으므로 대외정세에 대한 기사도 연구에 포함하기로 한다. 당시 정부가 입수한 국제자료를 선별하여 수록한 이 기사들은 순보와 주보에서 조금의 차이가 있기에 이를 밝혀 적는 것이 합당할 테다.
우선 대외정세를 다룬 기사는, 「순보」에서는 기본적인 세계 지리정보, 청 중심 전통적 동아시아 국제 질서 변화에 초점을 맞춘 반면 「주보」에서는 청 중심 세계관에서 벗어나 서구열강의 구도를 파악하는 것에 관심을 두었다. 열강과 약소국 관계에 대한 현실적 인식을 돕고 그 속에서 조선이 약소국으로서 독립국으로 생존하는 것에 대한 정보들이 실렸다.*13) 또 「순보」에는 약소국이 강대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 나와있고, 「주보」에는 강대국의 약소국 식민지화를 다룬다. 군사 기사는 「순보」는 주로 서구의 군사력 동향을 다루고, 「주보」는 열강의 군사력 및 그 확장, 특히 일본의 군사력 확장을 다루는데 해군 확장 소식의 빈도가 높다. 또 「순보」에서는 통사의 중요성을 막연히 강조하는데 「주보」에서는 주변국인 러시아, 청, 일본 등의 무역 현황을 다룬다. 철도 기사는 「순보」에서는 열강의 선진적 철도 사업, 철도 부설의 필요성을 말한다면 「주보」에서는 청과 일본의 철도 부설사업을 더 보고한다.*14) 즉 정리하자면 순보에 비해 주보는 일반적인 개화 지식의 전달에서 벗어나, 보다 조선의 특수한 사정에 맞고 구체적으로 얽힌 주변국에 집중된 정보가 전해졌다. 열강들로부터 위협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보이는 것은 공통적이다.
근대문물 관련 기사는, 「순보」, 「주보」 모두 개화정책의 핵심 분야인 군사, 산업, 재정, 교통, 통신, 통상 관련을 두루 수록했다. 다만 「주보」에서는 근대문물 소개 차원의 다양한 부문의 기사는 줄고, 재정 확보 부문에서는 회사‧제조업 소개기사보다는 광산 관련 기사에 집중한다. 신문물을 두루 알리는 것에서, 현재의 정책에서 주력하는 특정 분야에 집중하였다. 또 군사 부분 설명이 주가 되어 외국기사 중 순보에서는 6.3%, 주보에서는 12.6%를 차지했다. 그 뒤로는 순보는 산업(4.4%), 재정(3.7%), 교통(3.3%) 순서였으며. 주보는 교통(5.6%), 산업(5%),재정(3.8%) 순서였다. 참고로 한성주보는 청불전쟁 관련 기사가 48.8%로 압도적으로 많다.*15) 이를 통해, 한성순보와 주보는 ‘신문’이라는 특성에 부합하게 당시의 시급한 일, 그리고 조선의 현재의 위치를 지켜내고자 하는 목표가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업과 재정, 교통은 곧 국가의 힘을 키우기 위한 개화의 기반을 닦는 것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유견문에서의 서양문물 소개는 어떠할까. 서유견문의 목차는 총 20편으로, 서론인 1, 2편은 서론, 3편 ‘邦國의 權利’부터 14편 ‘商賈의 大道’까지는 본론, 14편 ‘改化의 等級’은 결론, 15~20편은 보론이다. 각 주제에 대한 유길준의 중요도 인식을 살펴보고자 ‘분량’과 ‘순서’에 주목했다.
순서상 앞에 오는 것에 중요도를 두었을 것이라고 전제하여 앞 단원들을 살펴보면, 1, 2편은 세계 지리를 다루면서 1편은 지구 세계의 개론, 6대주의 구역, 나라의 구별, 세계의 산에 대해 이야기하고 2편에서는 세계의 바다, 강, 호수, 인종, 물산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그 뒤에 이어지는 3, 4편은 권리에 대한 내용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듯한데, 3편은 나라의 권리와 국민의 교육을 다룬다. 이때 ‘교육’ 챕터는, 구체적인 교육 제도나 서양식 교육의 양상 소개 등이 아니라, 나라의 존망에 있어서 국민교육이 가지는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단원이다. 4편은 국민의 권리와 인간 세상의 경쟁을 다루는데, 여기서 경쟁은 국민들이 각자의 길에 힘쓰면서도 모두 합하여 의지하는, ‘훌륭한 경지에 나아가려는 勉勵’(134면)를 가리킨다. 5, 6편에서는 정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5편은 정부의 시초와 정부의 종류, 정부의 정치 제도를 다루고, 6편에서는 정부의 직분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 편의 분량은 대략 25페이지 정도로 유사하게 맞처져 있다. 따라서 위의 지리, 권리, 정부의 주제가 각각 2편씩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타 주제 비해 순서뿐 아니라 분량에서도 앞선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해당 요소들에 대해 유길준이 부여한 중요성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3, 4편의 경우 포괄적으로 개화된 국가로서의 정치 사상 및 국민 태도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묶을 수는 있지만, 타 챕터와 달리 명시적인 하나의 제재로 묶기는 어렵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또 14편 후반부의 ‘개화의 등급’도 책의 결론 부분이라는 점에서 중요할 것이다. 해당 챕터에서는 ‘아직 개화하지 않은 자’, ’반쯤 개화한 자’, ‘개화한 자’로 등급을 나누어 각각에 대해 이야기하고,(394면) 또 이와 관련된 개화에 대한 태도로서 ‘개화의 주인’, ‘개화의 손님’, ‘개화의 노예’를 언급한다(396면). 개화의 신기함과 그 근본은 예와 요즘이 동일하지만, 조선의 후배들이 옛것을 윤색하지 못하는 것을 문제 삼으면서 마무리된다.(402면)
그렇다면 한성순보‧ 주보에서 분량상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군사, 산업, 재정 분야가 서유견문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신문의 해당 내용에 대한 주목은, 열강의 위협을 실감하던 상황 속 당장의 위협에 대처하고 조선의 국력을 키워 장기적으로도 국제 정세에서 살아남기 위한 목적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했었다. 서유견문에서의 서술을 보면, 군사에 대한 내용은 9편 후반부의 군대를 양성하는 제도, 그리고 13편 중반부의 서양 군제의 내력에 대한 내용이 있다. 전자는 군사의 방비로서 중요성, 그리고 군사를 양성하고 운영하는 법과 세계 각국의 군사와 군함의 수를 다루고 있고, 후자는 1300년대에 총이 처음 나오고서 총기술이 점차 발달하다가 이제 나폴레옹의 군제를 따르게 된 것에 대한 서술이다. 산업의 경우에는, 부록에 해당하는 18편에서 증기기관, 와트의 약전, 기차, 기선, 전신기, 전화기 등의 기술과 회사에 대한 내용이 있다. 각각의 주제에 대해서 그 모습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고, ‘회사’ 부분을 제외하고는 이를 조선의 발전과 직접적으로 연결짓지 않고 있다. 재정의 경우에는 7, 8편에서 다뤄졌는데, 7편에는 세금 거두는 법규, 납세의 의무, 8편에는 세금이 쓰이는 일들, 정부에서 국채를 모집하여 사용하는 까닭에 대한 것이 나와있었다. 또 10편에 화폐에 대한 설명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소개되어 ‘재정’에 넣을 수 있을 듯하다. 이처럼 한성순보와 주보에서 주목되던 내용은 한 데에 묶이지 않고 부록 등에 분산되어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분량적으로도 적다는 점에서 유길준의 중요도 파악에서 뒤로 밀려났음을 추론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각각의 주제에 대한 작성에서는 다양성과 상세함이 보이므로, 국가 개혁을 위한 시무책으로서의 집필 의도가 드러난다.
2. 서유견문의 서양문물 소개 특성의 함의
우선 내용적인 측면에서 그 특성을 살펴보면, 서유견문의 서론으로서 순서상으로도, 분량상으로도 압도적인 ‘지리’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유길준이 일본 유학 후에 쓴 「세계대세론」에 비해 미국까지 유학을 하고 쓴 「서유견문」에서는 산, 강, 바다, 나라 등의 이름 그리고 인종, 제도의 영어 발음까지, 상세하고 체계적으로 제시되었다. 1편과 2편의 지리 서술의 공통점은 두 챕터 다 뒤쪽으로 갈수록 부분화되고 소규모화된다는 것이다. 1편에서 ‘태양계, 지구, 동·서 반구, 6대주, 국가, 산’의 순서였다면 2편에서는 ‘대양, 강, 호수, 인종과 물산’의 순서였다. 이렇듯 소분류로 나아가는 진행은 세계적인 시각을 전하면서도, ‘그 속의 방국으로서의’ 조선을 인지하게끔 한다.*16) 이러한 지리 서술은 개화를 위한 기초적인 지식을 펼쳐놓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이 지식을 먼저 주지 않고서는 서양의 문물제도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가 있다, 유길준 스스로도 세계지리서인 위원(魏源)의 「해국도지」를 읽음으로써 근대화의 시각을 얻었다.*17) 여기에서 신문들과의 공통점이자 차이점이 드러난다. 한성순보와 주보에서는 기초적인 지식으로서 실질적인 군사, 산업, 재정의 내용이 필요하다고 보았지만 서유견문에서는 당시의 폐쇄적인 세계 인식을 깨기 위해 서양 국가와 위치와 인종, 산물 등 기본적인 지리적 소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는 Ⅱ에서 보았듯이 실제 조선의 정치적 현실을 담아내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하지 않았던 서유견문의 시대성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서유견문은 전반적으로 국가의 성장을 위한 요소들을 직접적으로 주장하기보다는 개화의 큰 틀을 형성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지리 서술 역시 그 일환일 것이다.
또한 서유견문은 근대화의 기본적인 기반으로서 사상적인 내용과 정부에 대해 다루는 내용이 지리 바로 뒤에 오며 그 분량도 타 주제에 비해 많다. 그리고 군사, 산업, 재정에 대해 다루는 것이 신문보다 작고 한 단원이 아닌 여러 편에 산개된 형태이다. 그 셋 중에는 재정의 비중이 많다, 이는 어떤 함의가 있을까. 한성순보와 주보에 비해 서유견문에서는 근대화를 위한 기본적 인식의 틀 정립을 위한 세계적 지리 인식과 정치 사상적 개념들이 주목되었고, 신문과 마찬가지로 군사, 산업, 재정의 개혁을 위한 서술이 이루어졌으나 이를 특별히 더 중요하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위에서 내용적인 측면을 살펴보았다면,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보다 구체적인 서술 방식 및 어조이다. 서유견문의 특징으로는 의미의 새로운 정의, 그리고 ‘한 나라를 비유하자면 한 집과도 같아’(85면) 등의 비유적인 표현, 특정 서양 학자의 이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의견을 소개하면서 ‘서양 학자들은’이라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 등이 있다. 즉 서술 방식과 어조에 있어서, 현재 조선의 시국에 대한 직접적 거론과 주변국의 현 동향에 대한 분석을 담은 시무책이 아니다. 새로운 개념을 들여온다는 입장에서 그 개념의 정의내리기 작업부터 수행하고, 포괄적 이론들을 들여오며 전반적인 개화사상의 기틀을 세운다. 이는 내용 구성 측면의 함의와 맞물린다.
(다음 글에서 이어짐)
주)
13)한보람, 「1880년대 조선정부의 개화정책을 위한 국제정보수집 :漢城旬報·漢城周報의 관련기사 분석」, 진단학보100, 진단학회, 2005, 291면.
14)한보람, 위의글, 316-327면.
15)한보람, 위의글, 291-298면.
16)서태열, 「유길준의 '서유견문(西遊見聞)'에 수록된 세계지리 내용에 대한 고찰」, 한국지리학회지8.3, 2019, 388-389면.
17)서태열, 위의글, 379면.
'공부 >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사와 경영과학] 이진정수계획법을 통한 동궐도 내 어정 배치의 적절성 판단 (0) | 2022.04.09 |
---|---|
서유견문의 서양문물 소개 경향성 분석 : 한성순보‧주보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 제4 편(完) (0) | 2022.04.08 |
서유견문의 서양문물 소개 경향성 분석 : 한성순보‧주보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 제2 편 (0) | 2022.04.06 |
서유견문의 서양문물 소개 경향성 분석 : 한성순보‧주보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 제1 편 (0) | 2022.04.05 |
여성 복식 대여소의 고증 정확도 연구 : 개화기 복식을 중심으로 - 제3 편(完) (0) | 2022.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