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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길준의 학술적 배경을 통한 서유견문의 서양문물소개 배경 분석

 

신문과 서유견문의 서양문물 소개에서의 차이는 간행한 사람의 특성과 주변 상황이 반영된 결과물일 것이다. 유길준의 상황 및 목적을 살펴보고자, 먼저 서유견문을 쓸 때 참고한 책을 확인하자면 그는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하생으로 후쿠자와의 책을 다수 이용했다. 후쿠자와의 『서양사정』과 특히 유사한 부분이 많으며, 학문의 권장문명론의 개략등이 그 사례이다. 해당 책들은 일본 문명개화론자로서의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이며, 서유견문의 논조와 유사하다. 다만 유길준은 후쿠자와의 책 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유학 생활에서 접한 서적들로부터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는 헨리 휘튼의 국제법 저서의 중국어 번역본인 만국공법, 헨리 포셋의 부국책, 가토 히로유키의 입헌정체략, 오웬 데니의 청한론등을 참고하면서 작성하였을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해당 책들은 서유럽 국제법과 근대 경제학 정책을 소개하고 메이지 일본의 서양 사상 수용을 강조하는 내용을 가졌으며, 서양의 법, 경제, 제도 및 정치 사상을 중국과 조선에게 알린다. , 서유견문19편과 20편은 세계여행 안내서인 만국명소도회1~3권 내용에 유길준 본인의 경험을 더하여 영국과 미국에 대해 서술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18)

 

서유견문을 집필할 때의 유길준은 당대 최신 저술들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서유견문에서 자신이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참고하였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 도서들로부터 획득한 지식을 서유견문 안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조선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하였으며, 자신이 참고한 자료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하나하나 밝히기보다는 그저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서유견문을 통해 정리하고 알리는 데에 의도가 있었다.*19)

 

, 서유견문이 서양문물 소개에 있어서 구체적 국가 자강 방안보다는 개화사상에 대한 인식의 토대를 마련하려는 경향성을 보이는 이유의 한 가지는 유길준이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하생으로서 그의 문명개화론적인 사상을 깊이 받아들였으며, 그 영향 하에서 서양 유학 과정에서도 구체적 정책론보다는 보다 추상적인 제도사상론의 책들을 참고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유길준의 다른 저술들을 서유견문과 비교해봄으로써 그 서술 배경을 파악하는 것 또한 의미있을 것이다.

 

파란쇠망전사』에서 유길준은 백성들의 정치참여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대세라고 인식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서유견문의 3我邦의 권리에서는 군주는 일국의 최상위의 지위와 권력을 가진 자로서 그 인민이 군주를 服事하고 그 정부를 承順해야 한다”(98)라고 보면서 그 존재를 국가의 정치체제에서 배제할 수 없는 당연한 존재로 인정했다. 영국식의 입헌군주정을 가장 이상적으로 간주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이다.*20)

 

유길준이 1883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쟁론에서는 생존경쟁, 적자생존이라는 개념을 조선에 처음 도입하였는데, 개화문명이란 용어보다는 文明不開’, ‘未明不開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신체, 생명, 재산권의 보호와 서로 힘쓰는 것을 통해 사회가 진보한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21) 이는 서유견문의 4편의 인간 세상의 경쟁과 거의 유사한 내용이다.

 

해당 내용들을 통해 유길준의 개화사상 자체는 타 저술과 서유견문 속 서술이 얽혀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유길준의 사상이 서유견문이라는 백과사전적 개화사상서의 특성과 결합하여, 기본적으로 개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조선 백성이 받아들여야 할 새로운 사상적 가치들을 강조하며 기초를 다지는 방식으로 개화를 이루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에서 살펴본 서유견문의 시대성은 사실은 저자 유길준의 이러한 특성이, 서유견문의 서양문물 소개라는 결과로 발현되면서 나타났다고 추론할 수 있을 테다.

 

 

. 결론

 

서유견문은 서양문물 소개에 있어서, 현재 조선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를 풀어낸 글이기는 하지만 이를 직접적인 대안 제시를 통해 이야기하는 시무책은 아니다. 그보다는 내용에서도 서술 방식에서도, 새로운 개념과 이론들을 들여오며 전반적인 개화 사상의 기반 마련 작업을 시행하는 경향이 드러난다. 이는 신문과의 비교를 통해 더욱 두드러지게 확인할 수 있었다.

 

서유견문이 여러 사상적, 제도적, 인식적 기반을 서술할 때 상정하던 사회는 조선의 군주정 현실이 달랐고, 서유견문에는 과거부터 존재하던 조선 사회의 폐단이 반영되어있지 않다는 점이 있었다. 京主人의 구독료 수취 횡포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 서유견문은 여러 기술을 새로운 것으로서 소개하고 있음에도, 타 주제, 예컨대 문화를 소개할 때에는 이미 해당 기술 발전이 이루어진 국가를 상정하는 듯이 이야기한다. 이는 다시 해석하면 서유견문은 기존 조선 사회에 대한 엄밀한 분석을 통해 이를 해결하는 구체적 정책을 내놓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의 개화를 들여옴으로써 조선인의 인식적 지평을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지리, 권리, 정부의 주제가 순서와 분량 면에서 중요도가 부여되고 있었으며 14편 후반부의 개화의 등급은 책의 결론 부분으로서 유길준의 개화에 대한 문명개화론적인 관점을 드러낸다. 그리고 한성순보 주보에서 분량상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군사, 산업, 재정 분야는 한 데에 묶이지 않고 부록 등에 분산되어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분량적으로도 적다는 점에서 유길준의 중요도 파악에서 뒤로 밀려났음을 추론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각각의 주제에 대한 작성에서는 다양성과 상세함이 보이므로, 전반적으로 국가의 성장을 위한 요소들을 직접적으로 주장하기보다는 서유견문의 특성인 개화의 큰 틀 형성에 초점을 맞춘 시무책으로서의 집필 의도가 드러난다.

 

본 연구의 의의는, 기존에 단순히 유길준의 정치사상을 파악하는 데에만 쓰이며 정치적 표현을 한 단어씩 뜯어서 연구되고, 또 어휘 중심으로 근대적인 변화 양상이 연구되었던 것과 달리 서유견문이라는 텍스트를 전반적으로 보면서 서양문물의 소개라는 기본적 형태를 어떤 식으로 달성하는가 살펴보았다는 점에 있다.  으로서의 특성을 감안하는 동시에 책이기에 나타나는 특징들을 더 잘 확인하고자, 서양문물 소개의 또다른 대표적 매체인 신문을 비교에 활용했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본 연구의 한계 역시 신문을 비교로 활용하였기에 발생하는데, ‘서유견문에 대한 인식이 신문 분석의 대응에 머무르고, 실제 역사적 사건들로 더 넓게 확장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주)

18)최덕수, 유길준의 서유견문, 기록과사람인40, 2017, 43-44면.

19)최덕수, 위의글, 44면.

20)김석근, 조진만, 19세기 말 조선의 ‘franchise’(參政權) 개념에 대한 인식과 수용, 한국정치학회보35.2, 2001, 53면.

21)김윤희, 문명, 개화의 계보와 분화(1876년~1905년) -개념의 의미화 과정을 중심으로, 사총79, 2013, 11면.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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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준, 서유견문, 허경진 옮김, 서해문집,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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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순보 순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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