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벼 품종의 변화 양상
2.1 벼 품종별 특성
일제강점기 동안, 가장 넓은 재배면적을 차지하는 우량품종은 시기에 따라 변화한다. 그 변화 양상은 벼 품종의 특성, 그리고 해당 시기의 사회적인 요인들과 얽혀 있으 며, 이를 구체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주요 벼 품종들의 특성을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조신력(早神力)은, 권업모범장이 김제군 백가정길전농장에서 얻어서 경기도, 충남, 충북에 많이 보급된 품종이다. 비료가 적은 환경에서도 비교적 많이 생산되는 것이 장점이지만 동시에 비료가 많아지면 도열병에 약해서 전멸하기도 한다. 즉, 비료를 증대하는 경향에서는 재배에 부적합하다. 품질은 중급이었다.
둘째로 곡량도(穀良都)는, 경북에 처음 들어와서 試作하였지만 구체적인 도입 경로는 불확실하다. 해충의 피해에 약하고, 바람과 비에 잘 쓰러진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 대신 척박한 환경에 잘 견딜 수 있었으며 회복성이 강했다. 소량의 비료는 성장을 도왔으나 다량은 거부 반응을 야기했다. 낟알이 커서 품질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셋째로 다마금(多摩錦)은, 1908년 권업모범장이 試作하고 조선 남부지방에 보급한 품종으로서, 내비성이 약했지만 척박한 토양이나 가뭄에 강했으며 품질이 뛰어났다.
넷째로 은방주(銀坊主)는 1922년에 익산군 오산면의 이식 농가가 원종을 가져와 재배한 것이 시작점이다. 바람과 비에 쓰러지는 것이 적고, 내병성과 내비성이 강했다. 다만 품질과 맛이 낮았다. 그렇지만 중소립형의 낟알이 1930년대의 쌀 시장의 선호와 잘 맞아 선호되었다.
다섯째로 풍옥(豊玉)이 있다. 은방주를 이용하여 개량된 품종으로서 소립종이며, 비료의 양과 성장 속도가 비례했으며 추위에 잘 견뎠다.*10)*11)
이러한 다섯 가지 주요 품종 외에도 북한 지역에 널리 재배되었던 일출(日出), 구미(龜尾)도 재배면적에서 상위 5대 품종을 구성하기도 했다. 이 중 본 글의 논의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것은 조신력, 곡량도, 은방주이다.
2.2. 우량품종 보급 과정의 전개
일제의 벼 종자 보급정책을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한말부터 1925년까지를 제1기로 구분하며, 다양했던 재래품종을 소수의 품종으로 바꾸고 생산되는 쌀의 질을 높이는 시기라고 말한다. 1926년 후를 제2기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는 산미증식계획의 실시와 함께 더 저항력 있고 생산성 높은 벼 품종을 추구하는 시기로 변경되었다고도 본다.*12)
조선의 재래품종은 그 특성상 비료가 많고 물이 풍부한 경우에는 일제의 우량품종보다 생산성이 떨어지지만, 추위를 잘 견디는 등 조선 기후에 적합하며 이삭이 빨리 여물며 발아력이 강하다는 장점도 존재했다.*13) 그렇지만 일제는 조선의 재래 벼 품종보다는 일본의 품종으로 한반도 농업의 품종을 통일시키는 사업으로써 우량품종을 키워 보급했다. 따라서 당시 조선의 농민들은 일본의 품종에 대해 의문을 가졌지만, 일제는 생산성을 길러야 한다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량품종을 장려하며 권업모범 장과 종묘장을 통해 정책을 이어나갔다.*14) 이는 전반적으로 일본 품종이 조선 품종보다 생산성이 높았던 것의 결과이므로 단순한 억압적 농사개량 정책이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일 테다. 다만 일제의 목표가 농업 정책의 핵심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 재래 품종의 보존보다는 일제 농업의 이식이 중심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한 목표의식에 따라 점차 조선 내 재래품종 대신 우량품종을 재배하는 경향이 지배적이게 된다. 전북의 통계를 사례로 보면, 일본 우량품종을 재배하는 비율은 1912년 10.6%에서, 1917년은 60.6%, 1937년에는 88.6%, 1940년에는 96.9%로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비해 조선 전통 재래품종은 1912년의 89.4%에서 1940년의 3.1%로 크게 감소하였다. 즉 재래품종이 밀려나고 소수의 품종으로 통일되는 형태로 우량품종이 확산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우량품종별 작부 면적을 비교함으로써 소수 품종으로 통일되는 경향을 전북의 사례를 통하여 살펴보겠다. 전북이 사례로서 적합한 이유는, 우량품종 으로의 벼의 유전적 획일화가 잘 드러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전북에서 우량품종의 재배 비율이 전체 재배의 80%에 달하기까지 걸린 기간 자체가 전체 조선은 20년 정도가 걸렸으나 전북은 그 절반인 10년이 걸릴 만큼, 소수 품종으로의 통일이 선도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평가받는다.
처음에는 수위 자리*15)에 고천수(高千穗)가 있었지만 그러한 경향은 길게 가지 못하고 1912년에 조신력이 1위를 차지한다. 1920년에는 곡량도가 1위를 11년간 유지되다가 1931년에 은방주가 10년 이상 1위를 하면서, 전북에서 벼 재배면적의 78%를 하나의 품종이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상위 2~3개의 품종이 우량품종 재배면적의 80%를 차지하기에 이르렀으며, 특히 1930년대 이후부터는 전체 벼 재배면적의 80%를 차지하여 소수 우량품종으로의 통일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16)
2.3. 시기에 따른 수위품종의 교체 요인
조선 전체에서 대표적으로 재배되던 쌀 품종으로 시기 구분을 하면 1910년대는 조신력, 1920-30년대 중반의 곡량도, 1930년대 중반 이후의 은방주로 나누어 볼 수 있 다.*17) 조선 총독부의 <농업통계표>(1940)의 우량품종별 재배면적의 추이 자료를 기준으로 봤을 때, 재배면적에 있어서 1910년대에는 조신력이 1위를 차지하다가 1920년 대에는 곡량도가 1위가 된다. 곡량도는 1920년대 재배면적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1930년 46만 정보로 최고점에 이르지만 이후 은방주가 1위 면적을 차지한다. 참고로 북한 지방도 1910년대의 일출, 1920년대 구미, 1930년대에는 구미에서 다시 육우(陸 羽)132호로의 교체를 확인할 수 있다.*18)
우량품종의 교체는 수위품종*19)의 특성으로 방향성을 대체로 파악할 수 있다. 전북의 사례를 보면, 초기에는 재래품종에 비해 많은 양의 수확이 가능한 조신력이 수위품종 이지만, 비료가 증대가 도열병을 불러오면서 도열병에 약한 조신력은 사라지고 불량 환경에서도 재배하기 쉽고 품질이 강했던 곡량도가 20년대까지 수위품종의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비료사용이 더 증대되면서 곡량도 또한 내비성과 내병성이 약하고 비와 바람에 쉽게 쓰러진다는 단점 등으로 인해 물러난다. 이후 30년대에 들어서는 은방주가 내병성‧내비성*20)을 고루 갖추었으며, 중소립종이기에 쌀 시장의 선호와 맞아서 쌀의 품질 자체는 떨어짐에도 인기를 끌었다.
즉 주력 우량품종의 교체 방향을 보면 내병성과 내비성을 강화하고, 쌀의 품질보다는 생산되는 수량을 중시하게 되었으며, 성숙기가 빠른 품종으로 교체되어왔다. 물론 그럼에도 일정한 양질성, 안정성의 범위 안에는 있는 상태에서 그러한 변화가 일어난다. 전체적으로 보면, 주력 우량품종의 교체는 재배 기술과 일본 쌀 시장의 영향을 받은 결과이다.*21)
주)
10) 소순열, 「식민지기 전북에서의 수도품종의 변천」, 농업생명과학연구23, 전북대학교 농업과학기술연구소, 1992, 128-130면.
11) 홍금수, 위의 글, 75면.
12) 김도형(1995), 위의 글, 180면.
13) 소순열, 위의 글,127면.
14) 김도형(1995), 위의 글, 180-181면.
15) 재배면적이 가장 큰 품종을 의미함.
16) 소순열, 「식민지기 전북에서의 수도품종의 변천」, 농업생명과학연구23, 전북대학교 농업과학기술연구소, 1992, 121-123면.
17) 소순열, 「식민지기 전북에서의 수도품종의 변천」, 농업생명과학연구23, 전북대학교 농업과학기술연구소, 1992, 123면.
18) 우대형, 「일제하 미곡생산성의 추이에 관한 재검토」, 經濟史學58, 경제사학회, 2015, 67면.
19) 가장 많은 재배면적을 차지하던 품종.
20) 작물이 비료가 끼치는 해를 견디어 내는 성질.
21) 소순열, 「식민지기 전북에서의 수도품종의 변천」, 농업생명과학연구23, 전북대학교 농업과학기술연구소, 1992, 130-1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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